일본 '밸류업', PBR 낮은 종목은 상폐?…日 거래소 "사실무근"

입력 2024-03-11 09:15   수정 2024-03-11 10:15


국내 기업들이 난데없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장 폐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 일본거래소가 저 PBR종목에 대해 상장 폐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까닭이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거래소 "PBR 기준으로 상장폐지 안 한다"
일본거래소그룹 상장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업의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 이니셔티브(일본판 밸류업)' 참여 여부와 상장 폐지 조치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신 등에서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거래소 또한 알고 있다"며 "상장사가 (밸류업) 이니셔티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상장 폐지를 비롯해 불이익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3월 발표한 이니셔티브는 거래소가 기업에 '요청'한 것으로, 의무화가 아니라 기업의 자발성을 기대하는 조치"라며 "일본거래소는 공시를 이행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좋은 사례를 게시해 널리 알리는 식으로 기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상장기업들도 일본판 밸류업 정책에 모두 화답한 것은 아니다. 일본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프라임 기업 중 39.9%만 기업가치 제고안을 공시했고 9.4%는 공시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코스피 격인 프라임 시장에서도 상장사 절반 가량이 공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스탠다드 시장에선 11.8%가 공시에 참여했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은 6.7%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계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저성장 섹터 기업은 자사의 주가 부양 노력과는 관계 없이 시장 전망 등에 따라 주가 성장 여지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나 금융당국이 일괄적인 PBR 기준을 적용해 기업의 상장폐지를 거론할 수 있는 근거 조항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요건 강화한 일본…유통주식수 기준 등은 상장폐지 반영
일본거래소는 특정 시점까지 PBR 기준을 밑도는 기업을 상장폐지 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유통주식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는 시장 내 기업을 솎아낼 방침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증권가 안팎에서 서로 별개인 두 사안을 뒤섞어 보고 있다는 게 일본거래소 측의 해석이다.

일본거래소는 2022년 4월 증시 구조를 재편하면서 각 시장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했다. 1·2부, 마더스, 재스닥으로 구성했던 기존 4시장제에서 3시장제(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로 바꾸고 유통주식 기준 주식수·시가총액, 일평균 거래대금 등을 상장유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새 상장유지 조건은 2022년 발표했지만 경과조치를 통해 기업들이 일종의 적응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 경과조치가 만료되는 시점이 2025년 3월이다.

일본거래소가 조건 미달 기업에 대해 경과조치 만료 후에도 1년간은(거래량 조건은 6개월간) 개선 기간을 허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기업이 2026년에 상장폐지되는 구조다. '저PBR주를 2026년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설'이 돈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시각이다.

일본거래소 상장부 관계자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 이니셔티브(일본판 밸류업) 발표와 상장 기준 관련 발표는 별개 사안"이라며 "지난해에 (밸류업) 이니셔티브 발표와 상장기준 경과조치 만료 시점 관련 발표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는데 이때문에 한국에서 오해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거래소는 상장기준 경과조치 만료 시점을 작년 1월, 기업가치 이니셔티브 발표는 작년 3월 발표했다.
한국도 비슷한 조치 이뤄질까..."상장폐지 절차 개선이 우선"
최근 국내 증권가 일각에선 한국거래소도 일본거래소와 비슷한 상장 요건 관련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최근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를 찍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국내 금융당국이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정책 조치가 일본과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당국은 기업 상장유지 요건을 바꾸기 보다는 우선 상장 폐지 절차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상폐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거래소에 오래 남아 있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퇴출시켜 재무상태와 유동성 등이 양호한 기업 위주로 증시 자금이 돌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최대 4년까지 걸린 상장폐지 소요 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 시장의 경우 상폐 절차를 3심제에서 한 단계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장폐지 절차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장 유지요건 수준을 대폭 올리는 등의 안은 단순히 단기적인 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상장 요건 상향이 일부 기업들의 증시 퇴출로 직결되는 등 여파가 큰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별도 논의와 의견 수렴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오는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내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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